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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문화원/2018 언론보도

[뉴스]"유배문학을 전라도 문화콘텐츠로 만들자"

by 장흥문화원 관리자 2018. 7. 16.

“유배문학을 전라도 문화콘텐츠로 만들자”

윤선도·정약용·정약전 등 문학작품·기록 문화자원 삼아야

전남문화원연합회 12일 심포지엄 갖고 구체적 방안 모색

22개 시·군 문화원장 진도일대 유배지 돌아보며 현장토론

 

유배문화활용방안모색 심포지엄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호남의 유배문화와 그 활용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향토문화연구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전남문화원연합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학계인사와 22개 시·군 문화원장과 사무국장, 문화원 관계자, 향토사학가들이 참석해 남도의 학문과 사상, 문학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유배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자원화 하는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종회 경희대교수가 ‘한국의 유배문화’를 주제로 기조 발제했다. 또 방민호 서울대 교수가 유배문화의 문화사적 가치(유배와 문학의 관련 양상에 관한 하나의 해석-윤선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김대현 전남대 교수가 ‘호남의 유배문화 현황’을,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호남의 유배문화와 그 활용 방안’을 주제로 해 호남지역 유배 상황을 조망하고 문화자원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자로는 김선기 시문학파기념관장과 박주언 향토사학자, 김경옥 목포대교수가 나섰다.

 

 

 

12일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린 유배문화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지난해 호남지방문헌연구소가 출판한 <호남유배인 기초목록>중 928명에 달하는 호남유배인들에 대한 문헌자료를 활용한 지역학 연구와 조사마무리, 유배문학 체계적 정리의 필요성 등이 강조됐다. 또 유배관련 문화자원을 어떻게 전남의 특징적인 유배문화 콘텐츠로 만들 것인지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논의됐던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유배문화 활용방안의 주요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기조발제 : 한국의 유배문화

 

 

 

 

김종회 교수

김종회 (경희대학교 교수·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조선시대 유배지를 도별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조선 8도 중 전라도가 가장 많은 빈도를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진도, 흑산도, 고금도, 강진, 장흥, 지도의 순서를 보인다. 유배지는 도성에서 거리가 멀고 외진 곳이 적합지였으며 그래서 교통이 어려운 섬이 선택될 때가 많았다.

진도에 유배된 정치적 사상적 ‘죄인’의 숫자는 60여 명에 이르는데, 이 중 반 수 가까이는 3년 미만의 적거생활을 했다. 유배자 거의 모두가 유배시서(詩書)에 능해 많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통상적인 결과다. 진도에는 노수신, 김이익, 정만조 등 명사의 유배 기록이 남아 있으나 문학사에 논구될 만한 유배문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배지 현지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의 우수한 인재가 지역 생활공간으로 편입되어 학문과 교육을 전파하고 식산(殖産)의 향상을 위한 지혜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유익했다. 이를 통해 지식과 경륜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지역의 다음 세대에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줄 수 있었다. 순기능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제1주제 : 유배문화의 문화사적 가치

 

 

방민호 교수

방민호 (서울대학교 교수)

특기할 만 한 점은 호남 지역이 유배지수와 유배횟수에서 상당한 치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특히 흑산도, 진도, 해남이 50회 이상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배의 고장으로서 호남 해안, 도서 지방이 그와 관련하여 어떤 문화적 특성을 키워 왔으리라는 가설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

윤선도를 통하여 한국문학, 조선의 한글문학은 다른 어느 나라의 시가도 부럽지 않을 것 같은 ‘천연’의 언어적 보물을 얻었으니, 윤선도의 시가들은 한문문학이 중심으로 자처하던 시대에 쌓아올린 유배의 달디 단, 값진 과실이었다. 윤선도의 강호 문학, 강호 시가, 이것은 단순한 풍류의 노래가 아니라 왕조의 통치술로서의 유배와 자신의 인생의 시간을 들여 맞설 수 있었던 한 인간의 치열한 내면의 풍경의 기록인 것이다.

■제2주제 : 호남의 유배문화 현황

 

 

 

김대현 교수

 

김대현 (전남대학교 교수)

작년에 출판된 호남지방문헌연구소의 <호남유배인 기초목>에는 호남유배인 928명이 정리되어 있다. 이는 양진건, 김경옥 선생의 기존 업적을 바탕으로 좀 더 보충하여 호남 유배인의 전체 목록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더 조사가 이루어지면 아마 1천 여 명에 가까운 유배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배문인의 문헌자료는 특히 중요한데, 이들 문헌자료를 통하여서도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첫째, 호남유배인의 문헌자료를 활용하여 유배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유배나 추방을 당한 문인 가운데는 유배시 훌륭한 작품을 남긴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호남유배인의 문헌자료가운데는 문집이 106종에 이르렀으며, 문집 안에는 유배지에서 쓴 한시, 가사, 편지, 일기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호남유배인 문헌자료를 활용한다면 유배한시, 유배시조, 유배가사, 유배편지, 유배일기 등 유배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호남유배인의 문헌자료를 활용하여 지역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호남유배인 문헌자료에 수록된 다양한 작품 중 유기(遊記), 풍토기(風土記) 등은 당대 그 지역을 연구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 크다. 또한 한시 중에서도 지역 풍토를 담고 있는 작품들도 지역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호남유배인의 문헌자료를 통해 유배문화 콘텐츠를 제공하여, 스토리텔링 및 관광자원화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연구자들도 모두 유배관련 문화자원을 현대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호남유배인 문헌자료는 이러한 유배문화 콘텐츠의 원형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니,앞으로 전면적인 정리와 활용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제3주제 : 호남의 유배문화와 그 활용 방안

 

 

유성호 교수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호남은 한양과 거리가 먼 변방 중의 변방이었고, 많은 섬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유배지로 자주 선택되었다. 호남이 고려, 조선,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900명이 넘는 많은 유배자들이 다녀갔음을 확인할 수 있고, 그들은 한양과 거리가 멀고 섬 지역인 제주와 전남 남해안에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문헌 자료가 있는 124명의 호남 유배자 가운데 문집이 확인된 인물은 현재 106명에 이른다. 호남 유배자의 문집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은 1230년 전북 부안에 유배된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이고, 가장 늦은 시기의 것은 1914년 전남 여수 거문도에 유배된 임병찬의 <둔헌문집>이다.

김진철, 양진건 교수는 제주 유배 문화 스토리텔링 사례를 중심으로 유배 문화스토리텔링을 살피면서 추사 김정희의 유배 서사를 활용하여 문화 콘텐츠화한 사례로 추사 유배길을 언급하였다. 이처럼 현대에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우리는 호남 유배자 문헌 자료가 문화 콘텐츠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호남 유배자 문헌 자료의 구체적 예시를 통해 문화 콘텐츠화 가능성을 구축하고, 나아가 미디어 콘텐츠, 관광 콘텐츠, 교육 콘텐츠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호남 유배자 문헌 자료에 담긴 유배로 인한 드라마틱한 경험은 충분히 스토리로 재탄생하여 만화,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의 원형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토론

■김선기 (문학박사·시문학파기념관장)

 

김선기

 

 

21세기 정보화산업의 큰 물결 속에서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유배문화 공간에 대한 실존적 탐색은 매우 의미 있는 일 일 것입니다. 유배문화에 대한 콘텐츠는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큽니다. 김대현 교수님의 연구 성과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덟 개 도 단위 가운데 전라도 지역이 유배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찬란한 유배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전라도 지역을 외국의 사례처럼 개발 가능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또 전라도 지역이 지니고 있는 유배문화적 리소스는 문화산업적 관점에서나, 문화사적 측면에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변방으로만 치부되었던 유배문화를 담아내는 ‘그릇’, 즉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그 것은 곧 ‘대한민국 유배문화관’ 건립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발표자의 견해는 어떤 것인지?

■ 박주언 (향토사가)

 

 

박주언

 

 

김대현교수는 호남지방문헌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호남문집, 호남 지방지, 호남 누정, 호남 문중문헌 그리고 호남 유배인 조사 등 을호남학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기록유산이 각 가정으로부터 마을과 기관들을 거쳐 군청, 시청에 이르기까지 숨어있다.

문중, 제각, 사우, 학교, 향교, 사찰, 사회단체 그리고 각종 계를 포함하여 특별한 점포까지 조사자가 찾아갈 곳은 많다. 지역사회에서 누가 이러한 조사 작업을 맡을 것인가? 누가 각종 기록유산을 조사 정리 보존할 것인가? 문화원밖에 없다. 번역은 단계적 일이고, 우선 문서들을 살려내는 일이 시급하다. 향토사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즉시 시작할 일이다.

호남의 기록유산을 살려내는 데 전남문화원연합회가 상당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김경옥 (목포대학교 교수)

 

 

 

김경옥 교수

 

기존 유배 관련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누가, 언제, 어디로, 유배되었는가에 대한 기본 틀은 어느 정도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해당 지역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들의 유배에 대한 인식은 TV드라마에서 제공했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런데 최근 연구 성과를 통해 유배인의 유배여정(노정기), 유배지에서의 생활(의식주, 인적교류, 일상사), 현전하는 유배문화자원(문집, 서원·사우, 비석 등)에 이르기까지 1차 자료가 파악되었다. 그리고 일부 지역의 경우 유배문화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남해의 유배문학관, 강진의 다산기념관, 제주도의 추사관, 흑산도의 유배문화공원 등이다. 주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등 역사인물과 그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흑산도의 경우 섬 주민과 외지인을 고려하여 공간을 조성한 사례이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추사의 유배길’이 조성되었고,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조정철(1751~1831)의 유배길(제주목→정의현)과 홍랑의 길(홍랑의 무덤→묘비)에 대한 사례가 발표되었다. 진도나 호남 역시 유배된 인물과 이들이 남긴 문화자원을 활용해 문화 콘텐츠 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석 진도 문화원장(왼)과 황호용전남문화원연합회회장(오른쪽)

 

진도 금갑도에 있는 무정 정만조선생의 유배지를 찾아 전남 22개 시군 문화원장과 사무국장, 관계자들이 현장토론을 벌이고 있다.

 

벽파진

 

/최혁 기자 kj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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