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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문화소식/2024 장흥문화소식

[장흥문화소식]한승원 새시집 《고요, 신화의 속살 같은》 펴내

by 장흥문화원 관리자 2024. 6. 18.

지난 1월 장편 《사람의 길》 이어, 60년 글쓰기의 아린 삶의 노래들

 

“무단히 울고 싶어진다. / 아버지의 시간은 지금 / 시속 팔십 5킬로미터로 달려가고 있어요, / 딸이 웃으며 한 말마따나 / 내 속에 시속 팔십오 킬로미터로 물오르는 / 소리가 들린다. / 요즘 부쩍 철없어지는 나의 몸은 / 봄을 앓는 한 편의 우울한 시가 되고 있다.”-시 ‘봄을 앓는 한 편의 우울한 시’ 전문.

“바람 하루가 저승길 사흘을 뒤로 밀쳐준다는 / 문자메시지를 순천 후배 ㄱ시인이 보내와서, 그 바람이 아마 / 한 시인이 자기의 시 팔 할이 바람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 / 그 바람일 거라며, 나는 그 바람 쐬러 길을 나섭니다. 사랑하는 나의 여신이시여, 누군가가 던진 / 알 수 없는 향기로운 그물에 걸린 듯 감당하지 못할 그 꿈 같은 무지개 바람을 향해 훨훨.” - 시 ‘바람’ 전문.

“ 살구꽃이 한 송이 두 송이 터지고 있다. / 먼 데서 달콤새콤하고 향맑은 사랑을 한가득 안고 온 / 그 손님이 / 떠나가던 날 아침에 주인이 떠가는 구름을 향해 선 채 말했다. /

우리 / 잘 있거라, 잘 가거라, 그런 인사말 하지 말고, 떠나가되 / 가다가 뒤 돌아보지 말기로 하자. 그대는 올 때 오지 않는 / 모습으로 왔고 갈 때는 가지 않는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이므로 // 한 송이 두 송이 살구꽃잎들이 눈처럼 날리고 있다.” -시 ‘이별’ 전문.

상기 시 3편은 한승원 시인(작가)이 최근 일곱 번째 시집으로 펴낸 《고요, 신화의 속살 같은》 시집에 들어있는 감동과 깊은 여운이 남는 3편의 시들이다.

이 시집에 엮인 68편의 시들은, “별을, 달을, 하늘을, 꽃을, 구름을, / 우렁이각시로 삼은 투명한 무지개 너울의 여신을 / 짝사랑하는 이 시 쓰기는 / 오래 전에 적막강산이 된 토굴에 사는, 망구 노인의 영원히 고요해지려는 / 비밀작법이다, 써놓고는 부치지 않고 / 밤하늘처럼 서늘해지는 가슴에 별 떨기처럼 간직하는”라고 시집 첫 장에 밝힌 ‘시인의 말처럼’, 한 망구노인이 적막강산의 토굴인 해산토굴에서 토해내는 우울하고 아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삶의 노래들이다.

시집의 시편에 이어 마지막 편으로 엮여진, ‘나의 시에 대한 생각’이라는 산문은 한승원 시인의 시의 세계와 소설 등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글이다.

올해 초(2024.1), 한승원 작가는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첫 선을 보인, 시‧에세이‧동화‧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전혀 새로운 형식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문학동네)을 펴내, 아연 문단에 화제가 되었다.

작가는 《사람의 길》을 쓰고는 “시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시, 에세이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에세이로,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즐기면서 썼다” “이 소설(《사람의 길》)이 내 최후의 길이다. 이 소설은 내 삶 막판의 이삭줍기다.”고 표현했다. 최 근년에 쓴 자서전 성격의 『산돌 키우기』(2021, 문학동네)의 연장선상 같은, 글 쓰기에만 60여년 매달려 온 망구의 나이에 소설(문학)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이 빚어진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소설 《사람의 길》처럼, 이번에 펴낸 《고요, 신화의 속살 같은》 시집도 시인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처절한 고뇌와 철학이 집약된 시집일 듯싶다.

구순을 바라보는 한승원 시인, 한승원 작가는 1966년 등단, 등단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살아있는 한 쓰고, 쓰는 한 살아있다” “삶을 구도적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망하며, 오늘도 시며 산문이며 소설 쓰기에 여념이 없는 글 쓰는 삶에 천착하는 한승원 노작가는 분명히 장흥문학의 큰 자부요 큰 자긍이라 할 것이다.

출처 : 장흥투데이(http://www.jhtod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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